지금도, 바람이 분다: 삶과 꿈 그리고 늙어감에 대하여
저자 양재오 신부 지음
장르 한국문학
ISBN 9788931011210 03810
발행일 2018-10-15 (초판)
제본 형태 / 판형 소프트 커버 / 규격외
페이지수 264
정가 13,500원
 
한 사제의 따뜻하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돌아본
우리 삶의 의미와 복된 죽음
그리고 아름다운 영혼의 울림
― 한국과 타이완, 미국과 일본의 사회와 문화를 경험하고,
신앙과 삶, 역사와 우리 인생의 의미를 성찰해온 진솔한 기록


자기가 태어난 모국이 아닌 타국에서 오랜 시간 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체험한다. 모국과는 다른 문화와 사람들 속에서 모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삶의 다양성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체험한 낯선 시선으로 자신의 사유를 확장하고,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 《지금도, 바람이 분다》는 1996년부터 지금까지, 타이완에서 사목활동을 이어가는 양재오 신부가 타이완을 비롯해 타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것을 성찰해온 기록을 담은 책이다.

양재오 신부의 《지금도, 바람이 분다》는 나이가 든다는 것의 의미나,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의 모습과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순간에서부터, 종교의 가르침과 참선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우치려는 내적 수양을 쌓는 자기 수양의 시간들, 낯선 문화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다양성을 참된 의미를 발견해내는 시간,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라는 순환적인 세계의 일원으로서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과 평화에 대한 깨달음까지, 양재오 신부가 진솔한 깨우침의 시간이 오롯이 담겨 있다.

다가오는 죽음에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기를…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 때 내일 떠오르는 해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약이 있는가. 하루가 저물 때 그 하루를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 여기고, 잠에 빠져드는 그 순간이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여기면, 그때 마음에서 어떤 생각이 일어날까. 세상과 작별할 그날과 시간은 알 수 없으나, 그날과 시간이 내게도 분명히 다가올 것이다. 그때 아무런 여한 없이, 다가오는 그 손길에 나를 기꺼이 내어 맡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고 다행일까! 그렇게 되기를 기원한다.” — 〈물결 따라 살고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

양재오 신부는 사제로서 많은 이들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몇 십 년 전에는 청춘이었을 할머니가 자식과 손자의 도움으로 평온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인간이 언젠가 거쳐야 할 삶의 경로를 느낀다. 어린이에서 청년을 거쳐 노인이 된 한 인간이 치매와 같은 노년기에 맞이하는 병으로 인해 다시 어린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는 삶을 사는 모습을 지켜보며 양재오 신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인생의 황혼기에 대해 성찰한다. 노년기는 기뻤던 일, 슬펐던 일, 후회스러운 일, 만족했던 일을 막론하고 자기 일생을 점철한 삶의 모자이크를 하나하나 눈여겨보고, 한 걸음 물러서서 그 전체를 관조해야 한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나이 듦을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언젠가 다가올 죽음의 손길에 평안하게 자신을 내맡길 수 있기를 바라는 양재오 신부의 고백은 지금 당면한 삶에 더욱 충실하기를 요구한다. 하루하루 삶에 충실해야만 나이가 들어 맞이할 마지막 순간을 후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구라는 배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여행객으로서 삶 : 지구공동체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

“우리는 지구라는 배를 함께 타고 우주의 어느 작디작은 지점의 주위를 항행하는 여행객이다. 끊임없이 항행하는 이 작은 배 위에서 새로운 생명이 나타나는가 하면, 늙고 지친 생명이 자취를 감춘다. 이렇게 생성과 소멸 혹은 탄생과 죽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가 탑승한 지구호는 유유히 자기의 길(궤도)을 따라 돈다. 마치 자기의 미래와 목적지를 잘 안다는 듯이 말이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공동 운명체로 한 배를 탄 뭇 생명이 관심과 배려로 서로 챙겨주며, 짧은 생에 두 번 다시 함께할 수 없는 이 여정을 잘 마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 〈천둥과 번개가 주는 상념〉

“지구라는 배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여행객”의 삶은 타인은 물론 우리가 사는 지구의 생태계와 조화를 추구하는 삶이다. 양재오 신부는 지구 곳곳의 환경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에게 겸손할 것을 바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가뭄과 홍수, 그리고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를 두고 인간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책임감 있는 성찰을 요구한다. 인간은 물론 자연과도 조화로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양재오 신부의 모습은 이 책에 실린 불교에 대한 두 편의 글(〈그리스도인이 본 우란분절: 불자의 효행을 생각하며〉, 〈잃어버린 미소를 찾아서: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톨릭 신부인 저자는 백제 마애불의 자비로운 미소에 감동을 받은 사연과 불교의 행사인 우란분절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찰하며, 종교의 경계를 넘어 함께 어울러 사는 삶을 추구한다. 종교가 다르다고, 인종이 다르다고, 국가가 다르다고 서로 미워하고 공격하는 삶이 아닌, 지구라는 큰 배를 함께 타고 여행하는 동료로서의 배려와 조화를 고민하기를 바란다. 양재오 신부의 글에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따르는 사제로서의 신념과 진솔함이 담겨 있다.

‘전쟁하는 인간’에서 벗어나 평화를 기원하다

“나라 잃은 백성이라는 것 외에 자기 탓이 전혀 없는데도, 잘못된 사회의 통념에 압도되어 오랜 세월 괜히 얼굴 한 번 제대로 들지 못하고 살다가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들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 — 〈위안부와 국가의 주권〉

양재오 신부의 시선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한국의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현장에도 머무른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을 방문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사제이자 한 인간으로서 기도하는 한편,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에 직면해 전쟁 위기에 있는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며, 이제는 더 이상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기원한다. 전쟁이라는 비극을 불러올 수 있는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혜롭게 도출해내기를 요청하고 있다. 양재오 신부는 이 책을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건, 지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 한반도의 전쟁 위협과 같은 지구에 사는 공동체 모두에게 위협이 되는 ‘증오’를 극복하고 인류의 평화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를 바란다. 하느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제로서,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그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양재오 신부의 글은, 바쁘게 살아가느라 외면해온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들어가며

● 1장 삶의 의미와 복된 죽음에 대하여
물결 따라 살고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
너도 한번 늙어봐라
소의 운명, 사람의 운명
외로운 인간, 외로운 죽음
시한부 인생
꿈을 잃어버릴 때
인간의 죽음과 장례
그리스도인이 본 우란분절 — 불자의 효행을 생각하며

● 2장 조화롭고 넉넉한 삶을 위하여
그리스도교 선(禪)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다
용서와 화해
욕망과 절제
잘 사는 법
춤과 노래 그리고 술
쪽빛 저고리

● 3장 영혼의 울림과 잃어버린 미소를 찾아서
핏빛 목소리 — 힐데가르트 폰 빙엔
음악의 혼을 사르다 — 그레고리오 알레그리
형님인 태양, 누님인 달
얼굴 표정 — 진화의 결정체
웃는 얼굴
잃어버린 미소를 찾아서 — 서산 마애여래삼존상

● 4장 벅찬 삶과 휴식 그리고 생기를 주는 언어
방귀 예찬
천둥과 번개가 주는 상념
가뭄과 홍수
옥에 티
유리공예
서점과 도서관
별 볼일 없이 지내다
고요한 휴식
대견스러운 나무
지금도 바람이 분다
생기를 주는 언어
때가 되면 제풀에 잠들겠지
대화와 논쟁 그리고 타협

● 5장 이주민과 세계인 그리고 경계인의 삶
예상 문제, 빗나간 예상 — 다나카 고이치 이야기
제너럴리스트를 위하여
가오싱젠의 ‘냉담한 문학’ — 그의 타이완 방문에 부치는 글
반면교사
이주민과 세계인 그리고 경계인
위안부와 국가의 주권
천지를 품은 백두산

● 6장 전쟁과 핵의 위협 속에 사는 인간
인간은 전쟁하는 동물이다
전쟁하는 인간
웨스트포인트
제발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최상의 대비책을 세워야
너무 순진하거나 무지해서
어느 지인에게 띄운 편지
나가며 — 아침나절에
 
 
■ 내가 수를 누리면 언젠가 은빛 머리카락마저 성근 노인이 되어 황혼 녘을 바라볼 때가 올 것이다. 내가 여전히 젊다고 여기면 인생의 황혼 녘에 저무는 해를 바라볼 때의 심정으로 현실을 사는 내 인생을 한번쯤 관조해보면 어떨까. 그때의 심정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남은 생을 산다면 좀 더 무욕에 가까운 자세로 오늘, 지금이라는 현실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은 때가 좀 이르든 다소 늦든 언젠가 세상을 떠나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 아닌가. (15쪽, 〈물결 따라 살고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

■ 우리가 흔히 듣는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오복음서〉 22장 39절)는 말에 우선 밑줄을 긋는다면, 바로 ‘너 자신처럼’일 것이다.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어떻게? ‘너 자신처럼’. 무엇보다 먼저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 나를 ‘있는 그대로’ 너그럽게 인정하고 포옹하자. 그러면 거기서 평정을 얻고 기쁨이 솟아난다. 그때 비로소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나와 관계를 형성하는 남을 제대로 사랑하는 빛나는 존재, 기쁨을 발산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72쪽, 〈부정적 감정을 다스리다〉)

■ 우리는 지구라는 배를 함께 타고 우주의 어느 작디작은 지점의 주위를 항행하는 여행객이다. 끊임없이 항행하는 이 작은 배 위에서 새로운 생명이 나타나는가 하면, 늙고 지친 생명이 자취를 감춘다. 이렇게 생성과 소멸 혹은 탄생과 죽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가 탑승한 지구호는 유유히 자기의 길(궤도)을 따라 돈다. 마치 자기의 미래와 목적지를 잘 안다는 듯이 말이다.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공동 운명체로 한 배를 탄 뭇 생명이 관심과 배려로 서로 챙겨주며, 짧은 생에 두 번 다시 함께할 수 없는 이 여정을 잘 마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141쪽, 〈천둥과 번개가 주는 상념〉)

■ 나라 잃은 백성이라는 것 외에 자기 탓이 전혀 없는데도, 잘못된 사회의 통념에 압도되어 오랜 세월 괜히 얼굴 한 번 제대로 들지 못하고 살다가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들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 아직 생존해 계셔서 나눔의집에 모여 서로 등받이가 되어주는 할머니들을 비롯하여, 혹시라도 이 하늘 아래 어느 그늘진 곳에서 여전히 외롭게 살아가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할머니들이 계시다면, 그동안 제대로 된 위로와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하신 그분들 모두 과거의 상처가 치유되고 여생은 밝은 태양 아래서 마음껏 사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19쪽, 〈위안부와 국가의 주권〉)
 
 
양재오 신부
1987년 혜화동 낙산에 있는 서울 대신학교(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사제 수업을 마치고, 1989년 한국외방선교회(Korean Missionary Society) 사제로 서품되었다. 그 뒤 서강대학교 대학원(1990~1993년)에서 종교학을 전공하였다. 한국외방선교회 신학원장과 수련장을 역임하였고, 1996년 타이완(台灣)에 파견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신주교구(新竹教區)에서 사목하고 있다. 현재 신주교구 샹산 (香山)의 삼위일체 성당(天主聖三堂) 주임 신부이다. 논문으로 〈불교 인식론의 변증법적 전개과정에 관한 고찰〉, 〈지장 신앙의 이해〉, 〈불교 보살 신앙의 그리스도교적 이해〉 등이 있고, 《내 마음속에 숨은 우상들》,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지배하는가》를 썼으며, 《창조적 충돌》 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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