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씨,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 패션으로 본 인문학 이야기
저자 연희원 지음
장르 인문사회과학
ISBN 9788931010619 03100
발행일 2017-11-30 (초판)
제본 형태 / 판형 소프트 커버 / 규격외
페이지수 324
정가 17,000원
 
소크라테스가 나체로 운동을 했다고?
고대 그리스 남성들의 ‘나체’에 담긴 인문학적 의미를 묻다!


매일 입는 옷차림은 그 사람을 대변한다. 이처럼 패션은 무언가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가 매일 일상에서 접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기표현’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패션은 시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신분제 사회였던 전근대 이전 시대에는 출생 계급에 따라 옷을 입는 방식, 또는 입을 수 있는 옷이 달랐다. 귀족이 입는 옷과 평민이 입는 옷은 같을 수가 없었다. 20세기 이후, 신분에 따른 구별은 없어졌지만 소위 ‘명품 패션’과 같은 여전히 소득에 의한 패션 ‘구별짓기’는 계속되고 있다.

패션은 단순히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옷’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근대 사회 이전에는 계급에 의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 수준에 따라 자신들을 타자와 구별짓기 위해 패션을 활용해왔다. 그 과정에서 귀족에게는 허용되는 패션이 평민에게는 금지되기도 했다. 《소크라테스 씨,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는 고대 그리스 시민 남성들의 패션을 통해 패션에 감추어진 권력의 민낯을 탐구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흥미로운 일상 이야기를 통해 다소 파격적이지만 놀라운 패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남성’ 조각상이 나체인 이유?
고대 그리스인이 남긴 아름다운 조각상의 남자들은 왜 모두 나체일까?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연 누구에게 ‘나체’가 허용되고, 누구에게는 ‘나체’가 허용되지 않았는가가 아닐까? 《소크라테스 씨,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는 고대 그리스 남성들의 ‘나체’에 담긴 의미를 살펴본다. 잘 알려져 있듯이, 고대 그리스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에 남성들은 나체로 참가했다. 당시 경기장에는 여성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하니, 남성들만의 나체는 그들만의 하나의 ‘기호’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고대 그리스 남성들의 ‘나체’에 주목한다. 당시 그리스의 지배세력이었던 ‘남성 시민’들이 자신들에게만 허용되던 ‘나체’를 고수했던 것은 그것이 하나의 ‘과시적인 패션’으로서 작용했기 때문이고, 이러한 과시는 당시 지배세력의 ‘권력’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기원전 5세기 전후 고대 아테네는 시민 남성 약 3만 명이 40만 명에 달하는 나머지 인구(여성, 노예, 외국인)를 대표했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시초라고 여기는 고대 그리스는 사실 시민권을 가진 남성들만의 민주주의 사회였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시민 남성에 의해서만 이루어졌고, 나머지 도시 구성원들은 철저하게 소외되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시민 남성들에게만 허용되었던 ‘나체’는 그리스만의 독특한 ‘특권 패션’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패션:
외모차별주의의 탄생과 패션의 정치학

일반적으로 화장과 패션은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패션이나 외모를 치장하는 것이 단순히 개인적 영역이나 취향의 문제로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패션은 사소한 걸로 여겨졌기에, 패션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책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같은 철학자들의 패션을 다루는 것은 철학자인 그들의 취향에도 당대 지배권력의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평상시 입었던 키톤과 히마티온은 물론 그리스 시민으로서 군 복무시 착용했을 갑옷 등을 살펴봄으로써 그리스 시민 남성에 의해 주도된 외모차별주의를 분석한다. 이처럼 외모차별주의의 탄생을 살펴봄으로써 사소해 보이는 패션에 인간의 사유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사유는 당대 지배질서에 따라, 시민 남성과 그들의 아내 또는 노예에게 차별적으로 작용되었다는 사실 또한 이 책에서는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패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장을 사치라고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아리스토텔레스나, 불륜이 들통 나 집에서 쫓겨나게 된 그리스 여인의 이야기, 강제로 몸에 문신을 새길 수밖에 없었던 노예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패션의 권력을 다루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필리스, 문명을 만든 화장과 패션의 힘
중세 유럽에서는 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헤타이라(고대 그리스의 고급 매춘부)인 필리스의 유혹에 넘어가 나체로 말 흉내를 내며 필리스를 등에 태우는 그림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고귀한 삶을 살 것만 같은 대철학자가 일개 헤타이라에게 빠져 체통을 잃는 행동을 했다는 이 이야기는 중세인들에게 가십거리로 소비되었다. 중세에 만들어진 이러한 이야기가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여성에 대해 가졌던 이중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열등하다는 생각했고, 여성들의 화장과 화려한 패션이 사치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말과 달리 아름다운 매춘부였던 필리스와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두었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패션과 화장은 시민 남성의 아내에게는 허용되지 않았지만 헤타이라와 같은 화류계 종사자에게는 허용되었다. 아내들은 정숙함을 강요당하면서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살았다면, 헤타이라에게는 이러한 금기가 모두 허용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 그리스의 시민 남성들은 헤타이라의 화려한 화장과 패션에 본능적으로 이끌렸다. 그렇다면 패션과 화려한 화장에는 인간의 내밀한 욕망이나 본능적인 충동, 즉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어떤 힘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철학자들의 패션을 통해 그들이 어떠한 문화적 토양에서 자신의 사유를 발전시켜왔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들의 사유에 패션과 같은 자칫 사소해 보이는 요소가 영향을 미쳤음을 저자는 말하고자 한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외면했던 패션이 사실은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패션을 지배권력은 금지하고 허용함으로써 이용해왔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머리말
외모차별주의의 탄생과 패션의 정치학
─ 권력과 섹슈얼리티의 지배와 저항
개인의 취향과 패션 / 금기와 저항, 패션정치 이야기 / 왜 소크라테스의 패션인가? / 인간의 존재방식으로서의 패션과 외모차별주의의 탄생 / 새로운 패션 연구: 지배세력의 또 다른 얼굴, 노예와 여성스타일 / 외모와 패션의 정치학 : 권력과 섹슈얼리티 독점과 지배 / 철학자들의 모순: 패션의 타자성과 부정성 / 소크라테스,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십니까?: 소크라테스 데이트룩의 의미 / 패션인문학: 금기에 대한 저항과 인본주의

제1부 권력과 섹슈얼리티: 시민계급 이야기
제1장 ― 아리스토텔레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여……,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 팜므파탈, 패션과 아름다움이 철학을 채찍질하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딜레마: 사치 비판 vs 내 사랑 헤타이라 /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패션 ABC 센스 / 아리스토텔레스와 헤타이라의 러브스토리 / 고대 최고의 패션피플 헤타이라를 사랑한 철학자들과 예술가들, 그리고 정치가들 / 아리스토텔레스를 위한 변명 / 고대 그리스 외모와 패션의 정치학 / 패션과 철학에 대한 인문학 이야기
인문학 노트

제2장 ― 소크라테스의 외모 꾸미기 프로젝트
소크라테스의 외모꾸미기 프로젝트, 플라톤의 《향연》 / 소크라테스의 데일리룩: 맨발의 스트리트 스타일 / 고대 그리스의 향연, 심포지엄 / 소크라테스에 대한 오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 / 소크라테스의 철학자 스타일, 비지니스룩 1: 수염 / 남자의 로망, 수염, 그 권력과 특권 / 아름다운 남자의 머리카락: 연인들의 시선과 손이 머무는 곳 / 소크라테스의 철학자 스타일, 비지니스룩 2: 히마티온 / 특권의 자연스러움
인문학 노트

제3장 ― 소크라테스,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
: 내 안의 남자, 남자가 꾸미고 싶을 때
소크라테스의 밀리터리룩: 중장보병 스타일 / 소크라테스, 그리스 투구 쓰다 / 투구와 모자: 모자를 쓰지 않았던 그리스 시민들 / 밀리터리룩, 남성성의 원천 / 중장보병과 노예(하인)의 군 복무 / 소크라테스가 유혹하고 싶을 때, 데이트 스타일 / 소크라테스의 남자들, 알키비아데스와 아가톤 / 알키비아데스, 소크라테스를 알몸으로 유혹하다 / 축하드립니다. 소크라테스! / 소크라테스의 인본주의적 사치

제4장 ―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나체 스포츠웨어
: 땀 흘리는 남자는 언제나 섹시하다
플라톤, 승리의 화관을 쓰고 / 플라톤의 판타스틱 운동 실력과 미친 존재감: 판크라티온, 레슬링 우승자 / 귀족들의 경기 판크라티온과 엄친아 플라톤의 스포츠웨어, 나체 / 중독적인 고대 그리스 판크라티온 / 그리스 올림픽 공식 스프츠웨어, 나체 / 청소년의 신체 훈련: 체육관과 운동장 / 섹시 도발 스포츠웨어: 나체 핫바디
인문학 노트

제5장 ― 플라톤의 나체 옹호: 남성적 아름다움과 권력
플라톤의 나체 옹호 / 플라톤, 나체운동을 이성적이라 변호하다 / 노예 노동자의 알몸 스타일 / 플라톤을 위한 변명 / 나체의 기호학과 패션으로서의 나체 / 남성 나체, 섹시 도발하다: 남성적 아름다움과 권력 / 꽃보다 패션, 남성 나체 / 식스팩과 몸짱, 외모차별주의 아베크롬비 & 피치

제6장 ― 기마병 플라톤의 밀리터리룩, 갑옷: 영웅적 남성상
플라톤, 연인부대를 꿈꾸다 / 기마병 플라톤의 밀리터리룩 / 남자들의 로망, 갑옷: “갑옷이 남자를 만든다(Armor maketh Man)” /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군인 계급 분류와 그 패션 / 그리스 군인 패션, 클라미스의 후예들 : 슈퍼맨, 배트맨 망토 / 아킬레우스의 갑옷, 그 영웅적 권력과 첨단기술 / 갑옷, 불사의 명예와 천하무적을 꿈꾸다 / 갑옷, 이상적 남성성을 형성하다
인문학 노트

제2부 금기와 저항: 타자들 이야기
제7장 ― 고대 그리스 패셔니스타, 헤타이라
고대 그리스 지성과 미모의 패셔니스타, 헤타이라 / 헤타이라의 패션 스타일 / 패션, 헤타이라로 성공하는 비법 / 성적 도발 시스루룩, 코안 드레스 / 헤타이라의 손님들: 소크라테스, 페리클레스, 알키비아데
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 시민 남성들의 공식 행사 파트너, 헤타이라 / 유행의 선두주자, 헤타이라의 경쟁력—그리스 섹스 산업의 융성 / 팜므파탈의 패션, 그 불편한 진실
인문학 노트

제8장 ― 빨간 립스틱과 화장: 금기의 정치학과 저항
빨간 립스틱과 화장, 금기의 정치학 / 그리스의 아내와 딸들 / 아테네 한 여인의 간통 스캔들 / 립스틱 짙게 바르고: 여자, 남자를 매혹시키다 / 여자, 비난을 무릅쓰고 화장하다 / 화장, 금기의 정치학과 저
항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대한 타자들의 시각
인문학 노트

제9장 ― 화장 없는 여자들: 노예와 스파르타 여성들
노예의 문신 스타일 / 단발머리, 여성 노예 스타일 / 고대 그리스 인본주의의 한계 / 트로이의 왕비, 헬레네: 스파르타 여인들의 아름다움 / 화장의 감각과 감성의 인본주의
인문학 노트

에필로그
고대 그리스에서 외모의 평등을 요구하다
─ 불평등 의식의 출발과 분배적 정의
 
 
■ 그까짓 한낱 패션 따위가 인간의 근원을 이해하게 하는 인문학적・철학적 성찰의 주제가 될 수 있느냐고요? 네, 물론입니다. 패션은 인류의 역사 안에서 인간다움, 남성다움, 여성다움,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과 대안을 비롯한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갈 영역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패션이야말로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인간성을 형성해온 영역이니까 말이지요. 그런 만큼 패션에도 철학적・인문학적 성찰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12쪽)

■ 그림 속 엎드린 채 벌거벗은 남자가 모든 체면을 던져 버리고 여자의 말이 되어 엉덩이를 맞고 있습니다. 남자는 재갈이 물린 채 엉금엉금 기면서 난감한 표정으로 관람자를 곁눈질하고 있으나 이미 사랑에 눈이 멀어 눈동자는 흐릿합니다. 반면 여인의 표정은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장군이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합니다. 그런데 엎드린 남자, 설마 아리스토텔레스? 네 맞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47쪽)

■ 그러면 이들 시민 남성의 나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기호일까요? 나체는 우선 그리스인 시민 남성들이 야만이라 부른 이민족들과 비교해 뛰어난 육체를 의미합니다. 동시에 그 나체는 그리스 내 노예들과의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는 다듬어진 몸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것은 아름답고 강인한 남성 육체와 남성성에 대한 찬양과 자신감을 의미하는 독점적 권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들의 나체는 남성 육체의 아름다움과 섹슈얼리티, 남성적 강인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선수들은 자신들의 육체에 올리브기름을 한껏 발라 아름답고 투명한 의상으로 꾸민 미학적 행위를 했으니 더 말할 나위 없지요.(198쪽)

■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보여주듯 한 사회가 추구하는 최고의 혹은 주류의 사회적 가치를 보여주는 스타일은 굉장한 자기존중감과 주체의식을 가져옵니다. 다행히 오늘날엔 전근대사회에서 소수의 귀족들이나 왕족만이 누리던 이러한 권리나 특권을 평범한 사람들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게 다는 아닙니다. 지배적 가치를 자랑하는 스타일만이 패션의 유일한 의미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프랑스 혁명파나 20세기 펑크패션처럼 가장 밑바닥 외진 곳에서 한 사회 최고의 가치들에 대한 위반과 저항, 분노와 조롱, 그리고 공격과 균열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자 패션스타일을 형성하니 말입니다.(317쪽)
 
 
연희원
고려대학교에서 옴베르트 에코의 기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경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코의 기호학》, 《유혹하는 페미니즘》 이 있고, 역서로는 《사회주의 리얼리즘론》, 《마르크스주의 미학강좌》, 《마르쿠제》 등이 있다.
패션은 특별한 몇몇 유명인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의 것,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저자는 철학, 기호학, 미학, 예술사회학, 여성주의와 일상의 패션에 관한 작고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인문학적 성찰을 하고자 한다. 귀족적인 과시나 차별화만이 아니라 금기의 위반과 일탈, 조롱과 분노, 저항도 새로움을 이끄는 패션에 속하기 때문이다. 패션은 역사적으로 인간의 자존감과 인간성(humanity)을 형성하며 외모차별주의와 싸워온 민주와 평등, 인권의 추동력이었으므로.
janef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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